6 Aug 2018

[투자론] 피터 린치(Peter Lynch)의 투자 철학

Peter Lynch

피터 린치는 9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최대 뮤츄얼 펀드인 Fidelity Magellan의 디렉터로 일했다. 25세에 마젤란에 입사, 33세에 디렉터의 자리에 올라 섰으며 경이적인 수익율로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존재로 남아 있다.

피터 린치는 10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11세 때 학비를 위해 골프장에서 캐디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이후 캐디 장학금으로 보스턴 대학에 진학했다. 학부과정 중에는 경제학이나 수학과 전혀 관계없는 인문학, 정치, 심리학을 공부한다.

그는 대기업 임원들의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 보고 들은 것을 계기로 주식을 관심 갖기 시작했고, 보스턴 대학 재학 당시 타이거 항공의 주식 매매를 통해 몇 년 만에 약 5배의 수익률을 내어 그 일부를 팔아 와튼스쿨에 진학했다.

와튼 재학 중에 아르바이트로 마젤란 펀드에서 일을 하고 졸업 후 피델리티 마젤란에 입사한다. 와튼 재학 중 아르바이트 할 때의 경험에 의하면, 그는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는 주식 시장과 관련된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실제 현장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데에 허탈감을 느꼈다고 한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운 것들이 실전투자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피터린치는 심지어 MBA 등 경영학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더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얘기했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들을 다시 잊어버려야 하는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가 현장에서 접한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효율적시장가설", "포트폴리오 이론" 등과 전혀 달랐다.

피델리티에 입사한 이후 그는 일요일에도 출근하며 일주일 내내 일했고 소규모 펀드에 불과했던 마젤란 펀드를 미국 최대 펀드로 발전시켜 나갔다. 이후 펀드 매니져로 최고의 명성을 얻은 그는 자신의 투자 방식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서 쓴 "One up on Wall Street"을 출간한다.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부 이상이 팔리며 대표적 투자 지침서가 된다. "One up on Wall Street"은 주식이나 비즈니스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사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쓰여진 책이고, 주식투자를 하려는 사람에게 최고의 입문서가 될 수 있는 좋은 책으로 평가된다.

피터 린치는 ‘생활 속 투자 아이디어’를 강조하고, 펀드 매니저를 비롯한 프로페셔널보다 개인투자자가 훨씬 더 탁월한 수익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투자방식은 단순하고도 명쾌하고 쉽고도 상식적이다. 그는 기본기를 가장 중시하며, 프로페셔널들이 하는 말들을 거꾸로 들으라고 충고한다.


피터린치가 중시한 투자원칙
  • (가치가격 괴리율이 큰) 소형 (주가변동성이 큰) 성장주 중심의 투자
  • 높은 회전율 (실적추이와 영업상황을 알기 위한 잦은 탐방과 매수매도)
  • 턴어라운드 기업발굴이 기업분석의 최종목표

그가 투자하여 몇 배의 투자수익을 낸 종목들은, 모두에게 알려진 우량 기업 뿐 아니라, 토이저러스, 던킨도너츠, 타코벨 등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활 속에서 발견한 소형주식들도 많다.

그는 최고의 투자수익률을 위해 10개의 바위가 아닌 20개의 바위를 들춰서 벌레 한 마리가 아니라 벌레 두 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보유기간 대비 높은 수익률을 줄 수 있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선 가능한 많은 기업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전업투자자가 아닌 개미들에겐 버거운 일이다.)

  • 사람들은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만 집중할 뿐 막상 그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주가의 변화를 안다 해서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 어떤 업종에 대해 투자자들 대부분의 의견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라. 그리고 그때 그러한 업종 중 가장 우수한 기업의 주식을 사라.
  • 자신이 매수한 주식과 쉽게 헤어지는 이유는 믿음의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현명하게 선택했다면 헤어질 이유가 없다.


피터린치가 말하는 좋은 주식

좋은 주식이란, 기관과 외국인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면서 높은 성장성을 이미 기록하고 있거나 앞으로 기록할 회사의 주식이다. 좋은 기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1. 이름이 하찮게 들린다. 우습게 들린다면 더욱 완벽하다.

완벽한 회사일수록 완벽하게 단순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완벽하게 단순한 비즈니스일수록 완벽하게 한심한 이름을 갖고 있다. 완벽하게 단순한 비즈니스란, 이런 사업은 바보가 운영해도 성공하겠다는 비즈니스다. 그런 사업은 실제 몇 년 안 가서 많은 바보들이 운영하며 큰 돈을 벌어들인다. 특히 'xx환경', 'xx실업'과 같이, 무슨 60-70년대 회사냐 싶을 정도로 한심한 회사 이름을 갖고 있을수록 완벽한 주식의 후보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투자자나 기관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뒤에 나오는 얘기지만, 이름에서 최첨단의 분위기가 풍기는 회사는 일단 경계하는 것이 좋다. 'xx바이오', 'xx뉴로테크널러지', 'xx젠테크' 이런 회사들은 최우선으로 경계해야 한다.

한심한 이름을 갖고 있는 회사는 일차적으로 기관과 외인의 관심권에 들 가능성이 훨씬 낮고, 이름 따위가 어떻든 비즈니스가 튼실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 즉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매우 탄탄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좋은 주식의 후보가 될 수 있다.

2. 지루해 보이는 일을 한다.

이름이 한심하면서 사업 내용 또한 평범하거나 지루해 보이는 비즈니스면 더욱 좋다.
누가 들어도 지루하고 비전없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비즈니스면 일단 완벽한 주식이 될 수 있다. 이런 기사가 경제지에 실리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중앙실업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앙실업은 1980년에 설립되어 폐기물 처리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많다.
"KY 바이오텍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0년 대 실험실 벤처로 출발, 유전자 스플라이싱 및 클로닝에 특화한 회사로 현재 진행 중인 x5102 프로젝트가 미국 FDA에...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그럴 듯한...유망하다."
일단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가 잘 모르는 이야기에는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안마당에서 엄청난 기회가 왔다가 지나가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내가 이해하기 힘든 용어를 쓰는 것으로 봐서 굉장한 것이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쉽게 이해되는 비즈니스보다 자신이 모르는 용어가 많이 나오는 첨단의 회사를 좋게 생각하려 한다. 경제신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설명된 회사는 일단 대단한 일을 하는 회사로 착각한다. 그런 회사는 피해야 한다. 자신이 잘 모르는 사업을 하는 회사를 구입하는 것은 카드를 보지 않고 카드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3. 별로 유쾌하지 못한 업종에 속해 있다.

2번과 같은 맥락이다. 쓰레기 재처리 기업이라든지, 장례식 관련 사업, 오물 수거 기업, 세차나 청소 관련 회사 등, 누가 들어도 인상을 찌뿌릴 만한 회사야 말로 완벽한 후보다. 이런 회사들은 기관의 관심을 받기 힘들고 또한 경쟁 회사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 분명히 지난 몇 년간의 실적이 강한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데도 업종이 꺼림직한 경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바로 그런 회사의 주식이 몇 년 내에 분출하듯 상승한다.

4.. 스핀오프(Spinoff)된 회사다.

스핀오프는 규모가 큰 기업 내의 사업부가 워낙 탁월한 성적을 내고 있을 때 이를 따로 독립시키는 경우가 많다. 독립시키면서 기존 기업의 대주주가 지분의 대부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스핀오프는 그 회사가 밖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모회사가 지분의 대부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면 정말 알짜기업이라고 믿을 수 있다.

5. 기관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르고 있는 애널리스트가 없다.

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업종이나 이름이 별로여서 주목받지 못한 회사이면서, 기관투자가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가 있다면 이것은 잠재적 대박의 가능성이 있다. 위의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경제지나 증권 관련 사이트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 회사가 있다면 대박의 가능성이 있다. 한 때 굉장히 인기가 있다가 애널리스트의 관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회사 역시 완벽한 후보가 된다. 문제는 실적이다. 실적이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기 전에 구입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6. 사양 산업에 속해 있다.

'사양산업에 속해있다는 점이 디스카운트 요인이다.'라는 말이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나올 정도로 사양산업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투자를 꺼려야 하는 요인처럼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사양산업에 속해 있는 회사, 특히 그 업계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회사는 두 가지 큰 강점이 있다. 먼저, 다른 회사들이 그 업계를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몇 년 내에 사실상 독점적인 상태가 되거나 허약한 경쟁자만 있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신규 진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독점적 상태를 더욱 유지 강화해 갈 수 있다.

반면 각광받는 산업을 생각해 보자. 각광받는 산업일수록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가 더욱 많아지며 똑똑하다는 사람은 다 몰려든다. 아무리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라도 순식간에 자본력과 기술력 기타 다양한 능력에서 최고 수준에 있는 신규진입자 및 기존 경쟁자와 경쟁을 해야 한다. 업종 자체는 거대한 성장성이 있는 좋은 업종인데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죽을 쑤는 상황이 얼마 안 가서 도래한다. 다들 괜챦다고 하는 업계에 있는데 활동하는 회사들은 치열한 경쟁에 치어 별로 큰 이윤을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양산업일수록 더욱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사실상 독점인 회사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그 독점은 앞으로도 거의 깨지기 힘들다. 아무도 성장성 없는 산업에 신규로 진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쓰레기를 치워야 하고, 장례 물품을 제공해야 하며, 책상을 만들어야 한다.

7. 틈새시장이 있다.

틈새시장은 진입장벽 없이는 유지되기 힘들다. 대기업이나 그 업계의 주도적 플레이어가 그 시장마저 잠식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장벽이 있지 않고서는 틈새시장 플레이어가 살아남을 수 없다. 시장규모가 너무 작아서 대기업이 진출하기 힘들다든지, 지역적으로 강고한 지배력을 누리고 있다든지, 브랜드 네임의 영향력이 지대한 시장이어서 아무리 품질이 좋은 제품을 갖고 있어도 신규진입자가 오래 동안 큰 손실을 치뤄야만 한다든지 등, 여러 형태의 틈새시장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독점기업과 마찬가지의 이윤을 즐길 수 있다.

8. 계속 구입해야만 하는 제품을 생산한다.

만성질환의 치료제(또는 '현상유지제'), 소모품이어서 곧 다시 구입해야만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좋다. 훌륭한 제품을 훌륭한 진입장벽을 갖고 팔더라도 한 번 구입하면 수 년, 수십 년 동안 다시 구입할 가능성이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기업은 별로다.

9. 내부자가 주식을 구입하고 있다.

대주주가 계속 구입하는 회사는 유망하다. 자사주매입도 마찬가지다. 어떤 회사가 얼마나 비전이 있는지는 내부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최고경영자나 이사진들은 그 기업의 현재 상황 및 향후 몇 년간의 상태에 대해 거의 확실한 정보 또는 '감'을 갖고 있다. 이들이 자사주를 구입하고 있다면 그 회사는 비전이 있다.

10. 회사가 자사주매입을 한다.

시장이 지나치게 고평가가 되었을 때 경영진이 스탁옵션을 처분하는 것만 아니라면, 어떤 회사가 자사주매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신호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회사라면 기업이 두 배의 이익을 얻는 것이고, 시장에서 적절히 평가되고 있다 하더라도 자사주매입은 그만큼 유통주식수를 줄이기 때문에 주당순이익을 크게 늘린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회사가 현재 자신의 업계에서 더 이상 성장할 여력이 없을 때 늘어나는 현금을 잘 알지도 못하는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데 지출하는 경우가 너무도 흔하다. 피터 린치는 그런 것을 'diworseification'이라고 부른다. 다각화(diversification)를 피터 린치식으로 명명한 것이다. 쌓인 현금을 자기 분야와 상관없는 곳에 마구 사용하며 외형 확장에만 집중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 몇 년 내에 자회사가 적자를 기록하고 모회사의 주가를 갉아 먹는다. 이런 사례는 워낙 흔해서 이런 오류를 저지르지 않은 회사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현금이 쌓여가고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 한다면 부를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 배당을 하든 자사주매입을 하든 환원해야 한다. 배당은 이중으로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에(기업은 법인세를 내고 주주도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므로) 자사주매입이 보다 바람직하다. 처분하기 힘든 이익잉여금이 쌓여 간다면 유통주식수를 계속 줄여 나가야 한다.


피터린치가 말하는 나쁜 주식

좋은 주식이 갖는 특징의 반대가 나쁜 주식의 특징이다.


1. 가장 관심이 집중된 산업의 가장 화제가 된 회사

이런 회사들은 거의 100% 투기적 가격이 형성된다. 경제지에서 '바이오 벤처'가 유망하다는 소식이 실리며 다들 바이오 노래를 부르면, 바이오 주식의 대표주가 뭐지, 'AA라는 회사가 바이오 벤쳐 중 제일 유망하다던데'같은 이야기가 들리고 다들 AA 주식을 사려고 몰려듭니다.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지난 몇 년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어떤지, 매출이 늘고 있는지 전혀 확인해 보지 않은 채, '21세기는 바이오다. 바이오벤처는 당연히 AA지.'라는 소리만 듣고 뛰어든다. PER가 30-40 심지어 50-100에 이르는 주가가 형성된다. 그리고 회사 내용과 상관없이 투기판이 벌어진다. 그러다가 그 회사가 몇 번의 분기를 적자로 채워 나가면 서서히(내지는 순식간에) 주가가 빠지며, 그 주가는 오로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해서만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다. (회사의 내용이 괜찮다면 사실은 바로 그 때 구입을 고려해야 한다). 최고 인기 업종의 최고 인기 종목에는 거품이 끼게 마련이다. 분석가들이 장비빛 전망을 내놓을 즈음이 바로 그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2. 차세대 IBM, 제 2의 삼성전자 수식어가 붙는 기업

실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항상 제1만 못하다.

3. Diworseification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기업을 피하라. 흔히 돈이 넘치는 기업이 과다한 돈을 지불하고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지만 그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늘어나는 현금을 잘 모르는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데 써버리는 회사는 실패한다) 이익잉여금을 그런 회사 구입에 지출한다는 공시가 뜨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물론 비관련다각화가 리스크를 줄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피터 린치는 비관련다각화에 부정적이다. 비관련다각화가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녹녹한 업계는 거의 없다. 그 업계에 집중하며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밤낮으로 자기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데 어떻게 남의 일처럼 진출하는 신규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가? 성공한다면 그게 예외다. 너무나 많은 실패 사례가 수두룩하다. 다각화를 하려면 자신의 강점이 살아있는 곳, 자신의 사업영역과 강한 관계를 갖는 곳으로 해야 한다. 아니면 부를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 조선사업을 하는 회사가 라면 공장을 산다는 것은 전혀 합리적인 자본 할당이 아니다.

4. 속삭이는 주식

"이거, 사실 A회사 이사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말이야..."
피하라. 이상하게도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일수록 더 믿으려 드는 경우가 많다.

5. 단일 고객에 매출의 대부분이 좌우되는 회사

돈줄이 다양하지 않은 기업은 피하라. 우리 나라의 경우 대기업 계열사에서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정 기업에 매출이 한정되거나 집중된 기업은 언제 매출이 끊겨 위험에 빠질지 모른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모회사가 위기에 처하면 회사의 존폐마저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6. 이름이 멋진 회사

자극적인 이름을 가진 업체를 피하라. 피터 린치는 따분한 이름을 가진 주식이 완벽한 주식이라고 했다. 인기를 쫓아 그때그때 트렌드를 반영한 사명으로 변경하는 기업은 일단 요주의 대상이다. 이름이 멋지다는 것은(특히 성장산업에 속해있으면서 이름이 멋지다면) 그 기업이 훌륭하든 그렇지 않든 별로 좋지 않다. 일찍부터 애널리스트의 관심의 표적이 되어 주가가 높게 형성되거나 내용이 없는 회사가 오직 껍데기로 관심을 모아보려는 시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닷컴 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회사 이름에 닷컴을 갖다 붙이는 것도 유행했다. 그런 회사들은 불과 2-3년도 못되어서 원래 이름으로 되돌아 갔다. 비즈니스의 내용으로 승부하지 않고 겉모양을 그럴 듯하게 꾸며서 투자자를 현혹하려는 회사를 주의해야 한다. 피터 린치는 "제록스(Xerox)"가 "데이빗 건열 복사"라는 이름이었다면 큰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는 농담을 했다. 이름에 "x"가 들어간다거나, "나노", 기타 세련된 회사 이름을 갖고 있으면 내용이 있는 회사든 그렇지 않든 투자자에게는 별로 좋지 않다. 우리는 기관의 레이더 망에 잡혀있지 않은 강한 성장성을 가진 회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열 개 중 다섯 개만 성공하면 된다

피터 린치는 버핏과 달리 굉장히 다양한 주식을 구입했다. 그만큼 좋은 회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가 지속적인 수익율(중,단기적인 수익율)을 추구해야만 하는 펀드매니져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follow'했던 주식은 50여 개 안팎을 넘지 않았다.

피터 린치는 일반적인 개인투자자의 경우 3-10개 정도의 회사를 보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5~6개의 회사 정도를 추적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 다섯 개를 선택하기까지 상당한 공부를 해야 하고 선택하고 나서도 어떤 신호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잘 봐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하락하는지를 보는 게 아니다. 'diworseification'처럼 회사의 fundamental에 영향을 줄 만한 일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피터 린치는 자기가 어떤 분야에 특화된 지식이나 경험이 있고 분명한 분석이 가능하다면 가급적 많은 종류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예컨대 똑같이 다섯 회사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때 포트폴리오 (1)은 (500%, 0%, 0%, 0%, 0%)의 수익율을 기록했고, 포트폴리오 (2)는 (20%, 20%, 20%, 20%, 20%)의 수익율을 기록했다고 하자. 주식투자에서 20%의 수익율은 결코 작지 않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고작 20%?'라고 할 지 모르지만 실제론 시장 수익율을 달성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매년 뮤추얼펀드, 수익증권펀드 수익율 발표를 보면 최고의 펀드 매니져들에 의해 운용된 펀드의 수익율이 거의 대부분 그 해 종합주가지수 상승율보다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두 포트폴리오의 평균수익율을 계산해 보면, (1)의 경우 500/5 = 100%이고 (2)의 경우 100/5 = 20%이다. 전자의 경우 원금의 두 배가 된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문자 그대로 20%의 수익율이다.

그런데 주식의 매력 중 하나는 다른 어떤 투자처에서도 찾을 수 없는 5배, 10배 이상의 수익율을 안겨주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최소 2-3년의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다. 1년 내외에 몇 배 이상의 수익율을 얘기하는 것은 사기이거나 엄청난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도박에 가깝다. 그런 이야기에는 조금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피터 린치의 조언에 따르면 최소 3-4년 이상을 기준으로 보면, 무난해 보이는 회사인데도 500% 이상의 수익율이 나는 경우를 상당수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주식의 매력이고 굳이 채권이나 MMF를 놔두고 주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매년 10% 내외의 수익율과 원금도 100% 보장되는 투자기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연 10%는 불과 7년 여만에 원금의 두 배가 되는 훌륭한 투자 기회다. 이렇게 안정적이고 참으로 만족스러운 투자처를 놔두고 굳이 주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위와 같은 5배, 10배 이상의 수익율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위의 포트폴리오를 보자. 다섯 개의 투자한 주식이 모두 20% 내외의 고른 수익율을 기록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다. 그러나 다섯 개의 주식 중 네 개가 거의 0% 안팎을 기록하면서 한 개 정도가 크게 성공하는 경우는 전자보다 더 가능성이 클 수 있다. 피터 린치가 가급적 많은 주식을 보유하려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버핏처럼 철저하게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투자를 했음에도, 1~2개의 대박이 큰 폭의 평균수익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생각했다. 피터 린치는 '10 Baggers'(10루타)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전파한 사람이다. 이것은 원금의 10배, 즉 1000%의 수익율을 안겨주는 주식을 말한다.

1000%는 누가 봐도 투기나 도박과 관련 된 숫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기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위 숫자는 전혀 도박이 아닐 수 있다. 5년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1000%는 결코 드물지 않다. 주가 움직임이 둔할 것으로 생각되는 우리 나라의 이른바 우량 기업 중에도 이런 회사가 상당수 있다. IMF 구제금융 사태가 일단락 되어서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던 1998년이나 1999년부터만 조사해 보아도 500% 이상 상승한 '우량주'가 많이 있다. 바로 이런 주식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주식투자의 성패가 걸려있다. 이런 주식을 장기보유하려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원금도 거의 확실히 보장되면서 연 10% 내외의 수익율을 기록하는 투자처를 놔두고 주식투자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위의 예를 보면, 투자한 주식 중 단 하나만 500%가 되어도 수익율은 원금의 두배에 이르는 100%가 되어서, 평균 투자수익율 20%라는 훌륭한 결과의 다섯 배에 이르는 경이적인 성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에 걸쳐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며, 이런 회사를 다른 사람보다 일찍 찾아내어 3년 이상 장기보유하는 것이 피터 린치의 투자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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